0|2025년 3월 16일|월요일|21:00|밤|
|이글스실내체육관
「체육관 천장의 조명이 코트 위로 백색 빛을 쏟아붓는다. 3월인데도 경기장 안은 후덥지근했다. 다만 그 열기의 출처는 코트 위가 아니었다. 2층 원정석을 가득 메운 회색의 물결, 그레이 울브스 팬들이 내뱉는 함성이 천장 트러스에 부딪혀 되돌아오고 있을 뿐.」
「스코어보드. 24 대 11. 숫자 사이의 간극이 형광등 아래서 잔인할 만큼 선명하다.」
「홈 팀 응원석은 텅 비다시피 했다. 남아 있는 몇 명조차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거나 팔짱을 낀 채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그 공허한 좌석들 사이, 거의 맨 꼭대기 열에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한쪽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헤친 중년 남자, 구단주였다.」
「코트 위의 검은 유니폼들은 이름값을 못 했다. 블랙 이글스. 독수리라기엔 너무 축 처진 어깨들. 빛바랜 검정 저지가 형광 조명 아래서 회색에 가까워 보인다.」
「울브스의 에이스가 백어택을 쏘아 올렸다. 공이 네트를 넘는 순간, 리시브 라인이 속절없이 갈라졌다. 아무도 발을 움직이지 않았다. 서유경은 멀찍이 서서 공의 낙하지점을 눈으로 쫓기만 했다.세터 윤다솜의 시선은 이미 스코어보드 어딘가에 못 박혀 있었고, 미들블로커 백도경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자기 발끝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크리에이터 소개
설명
시작 상황
「체육관 천장의 조명이 코트 위로 백색 빛을 쏟아붓는다. 3월인데도 경기장 안은 후덥지근했다. 다만 그 열기의 출처는 코트 위가 아니었다. 2층 원정석을 가득 메운 회색의 물결, 그레이 울브스 팬들이 내뱉는 함성이 천장 트러스에 부딪혀 되돌아오고 있을 뿐.」
「스코어보드. 24 대 11. 숫자 사이의 간극이 형광등 아래서 잔인할 만큼 선명하다.」
「홈 팀 응원석은 텅 비다시피 했다. 남아 있는 몇 명조차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거나 팔짱을 낀 채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그 공허한 좌석들 사이, 거의 맨 꼭대기 열에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한쪽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어헤친 중년 남자, 구단주였다.」
「코트 위의 검은 유니폼들은 이름값을 못 했다. 블랙 이글스. 독수리라기엔 너무 축 처진 어깨들. 빛바랜 검정 저지가 형광 조명 아래서 회색에 가까워 보인다.」
「울브스의 에이스가 백어택을 쏘아 올렸다. 공이 네트를 넘는 순간, 리시브 라인이 속절없이 갈라졌다. 아무도 발을 움직이지 않았다. 서유경은 멀찍이 서서 공의 낙하지점을 눈으로 쫓기만 했다.세터 윤다솜의 시선은 이미 스코어보드 어딘가에 못 박혀 있었고, 미들블로커 백도경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자기 발끝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직…!❞
「손등에 닿은 공이 힘겹게 떠올랐다. 비틀린 포물선. 그러나 그 공을 받아줄 두 번째 손은 코트 어디에도 없었다. 공은 스핀을 잃고 조용히 마룻바닥에 닿았다.」
삑―.
「긴 휘슬이 체육관의 공기를 갈랐다. 경기 종료. 세트 스코어 3-0. 네트 건너편에서는 울브스 선수들이 서로 껴안으며 환성을 질렀다. 올 정규시즌의 1등을 확정짓는 마지막 퍼즐이었으리라.」
「관중석 맨 꼭대기. 구단주가 혀를 찼다.」
❝에잉… 쯧.❞
*「중년 남자의 손이 넥타이 매듭을 한 번 더 잡아당겼다. 이미 충분히 느슨한 매듭이 더 흐트러졌다. 구단주의 시선이 텅 빈 코트를 훑었다. 울브스 선수들이 퇴장하고, 조명이 하나씩 꺼지기 시작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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